은퇴설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은퇴 준비의 출발점은 얼마를 모을지가 아니라 은퇴 후 매달 얼마가 필요한지입니다.

은퇴 준비를 언제 시작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빠를수록 좋다고 답합니다.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죠. 퇴직 시점이 구체적인 날짜로 보이기 시작할 때, 그때 처음 걱정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먼저 짚을 것이 있습니다. 남은 기간이 5년 이내로 짧아지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줄어듭니다. 20년이 남았다면 시간이 부족한 금액을 어느 정도 메워주지만, 3년이 남았다면 그 몫을 시간이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늦게 시작한 것을 만회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래서 남은 기간이 짧을수록 순서가 더 중요해집니다. 되돌릴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왜 총액부터 정하면 안 될까?

총액을 먼저 정하면 그 숫자가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3억이 필요한지 5억이 필요한지는 은퇴 후 매달 얼마를 쓰느냐에서 나오는 값이지, 그 자체로 정해지는 숫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준이 없는 목표는 달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은퇴자금은 모아둔 총액이고, 은퇴소득은 은퇴 후 매달 들어오는 현금흐름입니다. 생활은 총액이 아니라 매달의 흐름으로 유지됩니다.

(은퇴자금과 은퇴소득은 다릅니다)

어떤 순서로 확인할까?

1단계, 은퇴 후 매달 필요한 금액을 정합니다. 지금 생활비에서 은퇴 후 줄어드는 항목과 늘어나는 항목을 각각 반영합니다. 이 숫자가 없으면 뒤의 계산이 전부 근거를 잃습니다.

2단계, 이미 확보된 은퇴소득을 셉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기존 연금 상품에서 각각 몇 세부터 매달 얼마가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새로 준비할 것을 정하기 전에 이미 들어오게 되어 있는 것부터 세는 순서입니다.

3단계, 부족한 금액과 비어 있는 기간을 나눕니다. 1단계에서 2단계를 빼면 부족한 금액이 나옵니다. 다만 부족한 것이 금액만은 아닙니다. 퇴직하는 나이와 국민연금이 시작되는 나이 사이에 소득이 비는 기간이 생기는 경우가 있고, 금액이 모자란 것과 특정 기간이 비는 것은 해결 방법이 다릅니다.

4단계, 남은 기간에 맞는 방법을 고릅니다. 은퇴까지 15년 이상 남았다면 투자형을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5년 이내라면 원금 변동 자체가 부담이 되므로, 언제부터 얼마가 확정적으로 나오는지를 우선하게 됩니다.

은퇴 준비, 확인하는 순서 1 은퇴 후 매달 필요한 금액 총액이 아니라 월 단위에서 시작합니다 2 이미 확보된 은퇴소득 국민연금 · 퇴직연금 · 기존 연금을 먼저 셉니다 3 부족한 금액과 비어 있는 기간 모자란 것과 비는 것은 해결 방법이 다릅니다 4 남은 기간에 맞는 방법 15년 이상과 5년 이내는 선택지가 다릅니다

(은퇴자금은 도대체 얼마가 필요할까? 가장 쉽게 계산하는 방법)

순서가 달라지는 경우

앞의 순서는 퇴직 시점이 어느 정도 정해진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퇴직 후에도 소득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면 2단계에서 그 소득을 함께 세야 하고, 그러면 3단계에서 나오는 부족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자산 대부분이 살고 있는 집에 묶여 있는 경우도 순서가 달라집니다. 이때는 금액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문제가 되어서, 은퇴설계보다 자산이전 쪽을 먼저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드시 확인해봐야 할 것

총액은 계산했는데 월 소득으로 환산해보지 않은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총액만 보면 충분해 보이지만 매달 나오는 금액으로 바꿔보면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퇴직과 국민연금 개시 사이의 공백을 계산에 넣지 않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이 기간을 무엇으로 메울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다른 계획이 함께 흔들립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확인을 건너뛰고 방법부터 고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남은 기간이 짧을수록 잘못 고른 것을 되돌릴 시간도 없습니다.

다른 주제로 이어지는 지점

부족한 금액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연금·투자 쪽으로 넘어갑니다. 은퇴 후 남는 자산을 어떻게 넘길지는 상속·자산이전 쪽입니다. 은퇴 계획과 자산이전 계획을 따로 세우면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정리하면, 은퇴 준비는 얼마를 모을지가 아니라 은퇴 후 매달 얼마가 필요한지에서 시작합니다. 남은 기간이 짧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주에는 지난달 카드 명세서 하나만 열어보셔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