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목적이 아니라 재무설계의 도구입니다. 그래서 어떤 보험이 좋은지보다, 내 계획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무엇인지가 먼저입니다.
보험료를 줄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반대로 부족한 것 같아 더 넣어야 하나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질문 모두 금액에서 시작하는데, 금액은 마지막에 나오는 값입니다.
먼저 짚을 것이 있습니다. 보험은 대부분의 경우 낸 돈보다 적게 돌려받습니다. 그게 손해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위험이 일어나지 않으면 낸 돈은 돌아오지 않고, 그 대신 일어났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막습니다. 돌려받는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보험은 대체로 불리한 상품이고, 그 기준으로 판단하면 애초에 가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떤 위험에 보험이 필요할까?
보험이 맞는 위험은 조건이 분명합니다.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일어나면 감당할 수 없는 것입니다.
확률이 낮으면 보험료가 낮아지고, 손실이 크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으니 옮길 이유가 생깁니다. 이 두 조건이 함께 성립할 때 보험이 효율적인 도구가 됩니다.
반대로 자주 일어나고 금액이 작은 일은 보험으로 옮길 이유가 약합니다. 확률이 높으면 보험료도 그만큼 올라가서, 결국 내가 낼 돈을 미리 나눠 내는 것에 가까워집니다. 이런 위험은 비상자금으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보험이 맞지 않는 경우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금액. 몇십만 원 단위의 손실은 보험이 아니라 통장으로 해결하는 문제입니다. 작은 손실까지 보장에 넣으면 보험료만 올라갑니다.
이미 다른 곳에서 준비된 위험. 회사에서 가입한 단체보험이나 기존 계약에 같은 보장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확인하지 않고 새로 넣으면 같은 위험에 두 번 돈을 냅니다.
유지하기 어려운 보험료. 보험은 유지해야 작동합니다. 중간에 해지하면 대부분 낸 돈보다 적게 돌아오고, 그 시점에는 보장도 함께 사라집니다. 지금 필요해 보이는 보장을 다 넣었는데 몇 년 뒤 유지가 어려워지면, 가장 나쁜 결과가 됩니다.
당장 준비해야 할 다른 것이 있는 경우. 비상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보험료를 늘리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겼을 때 보험을 깨게 됩니다. 순서가 뒤집힌 겁니다.
보험이 맞는 경우
소득이 끊기면 생활이 무너지는 상황. 한 사람의 소득에 가족의 생활이 걸려 있다면, 그 소득이 사라지는 위험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쪽입니다. 사망보장이 이 자리에 들어갑니다.
치료가 길어질 때 소득과 지출이 동시에 흔들리는 경우. 큰 병은 치료비만 문제가 아닙니다. 일하지 못하는 기간의 생활비가 함께 빠집니다.
정해진 시점에 목돈이 필요한 것이 확실한 경우. 상속세처럼 언젠가 반드시 현금이 필요해지는데 그 시점을 고를 수 없는 상황이 있습니다. 종신보험이 상속재원 준비에 쓰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이건 보장 목적과 재원 목적이 섞이는 영역이라, 계약자와 수익자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어떤 순서로 볼까?
1단계, 지금 무엇에 가입되어 있는지 정리합니다. 보장 내용과 기간, 보험료를 한 장에 모읍니다. 대부분 이 단계에서 중복이 발견됩니다.
2단계,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고릅니다. 앞의 두 조건으로 걸러냅니다. 확률이 낮고 손실이 큰 것만 남깁니다.
3단계, 비어 있는 곳과 겹치는 곳을 나눕니다. 겹치는 것은 정리 대상이고, 비어 있는 것은 채울 대상입니다. 둘을 동시에 봐야 총액이 늘지 않습니다.
4단계,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인지 확인합니다. 지금이 아니라 소득이 줄어든 뒤에도 낼 수 있는 금액인지 봅니다.
정리한다는 것에 대해
기존 보험을 정리할 때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해지가 정리는 아닙니다.
오래된 계약 중에는 지금 다시 가입할 수 없는 조건인 것이 있습니다. 건강 상태가 달라져 새로 가입하기 어려워진 경우도 있습니다. 보험료가 비싸 보인다는 이유로 해지하면, 나중에 같은 보장을 더 비싼 값에 다시 사거나 아예 못 사게 됩니다.
바꾸기 전에 확인할 것은 지금 내는 금액이 아니라, 이 계약을 지금 다시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다른 주제로 이어지는 지점
보험료는 매달 나가는 현금흐름이라, 은퇴 준비에 넣을 수 있는 금액과 같은 자리를 놓고 다툽니다. 보장을 늘리면 연금에 넣을 돈이 줄어듭니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지금 어떤 위험이 더 큰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종신보험을 상속재원으로 쓰는 이야기는 상속·자산이전 쪽으로 이어집니다.

정리하면
정리하면, 보험은 무엇이 좋은가가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 무엇인가에서 시작합니다. 그 위험이 정해지면 필요한 보장과 금액이 따라 나옵니다.
이번 주에는 지금 내고 있는 보험료의 합계 하나만 확인해보셔도 충분합니다.
※ 상품의 세부 조건은 약관 및 공시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상품마다 다릅니다.
※ 중도 해지 시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 세법·제도 관련 내용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이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